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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직장 상사에겐 못 내는 화를 왜 내 아이에겐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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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1회 작성일 2022-08-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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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의 방구석 심야 영화관] 컴온 컴온(2021)



4살 쌍둥이와 함께 하는 일과 중 가장 힘든 시간은 어린이집 등원 준비 시간이다. 세상에, 사람이 대문을 열고 집 밖을 나가기까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애들을 키우면서 알았다. 발가벗고 거실을 돌아다니는 애들이 최소한의 사람 꼴을 갖추도록 옷 입게 하는 데만 20분이 걸린 날,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10살 딸을 등교 시키면서 이를 악 물고 화를 참았다고. 10살이면 혼자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양치도 하고 우리 애들에 비하면 척척박사 수준인데! 화가 날 일이 뭐가 있지? 동생이 대답했다. “10살짜리가 어른을 열 받게 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



'조커'보다 더 독한 '조카'와의 서툰 동행이라는 영화 광고 문구를 보고 한참 웃었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그날 저녁, 영화 ‘컴온 컴온’을 봤다. 이 영화에는 아홉 살 남자 아이가 나오는데, 나는 영화를 보고 동생이 말한 수없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목도(!)했다.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는 여동생 비브 대신 잠시 조카 제시를 맡게 된다. 제시는 유별난 개구쟁이도 아니고 말썽쟁이도 아니다. 오히려 얌전한 축에 드는 아이인 것 같은데, 그래도 싱글로 살던 삼촌 조니가 일하면서 제시를 돌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니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어린이들과 인터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다가 조카 제시를 통해 현실 어린이와 부대끼게 된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마트에서 장난 치다가 없어지고, 업무로 전화하는데 옆에서 끊임없이 정신 사납게 굴고, 자기를 고아로 설정한 조금은 오싹한 역할 놀이를 매일 밤 하자고 요구한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육아로 조니는 날마다 좌충우돌하지만, 아이와 잘 지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내가 이들의 동행을 보면서 가장 놀란 점은 조니가 절대로 제시에게 소리 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시가 마트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났을 때, 놀란 조니가 딱 한 번 언성을 높이는데 내가 볼 땐 목소리가 살짝 커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조니는 자신의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카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여동생 비브에게 아이와 대화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 그 대화법을 공부한다.



아니 애가 저렇게 열 받게 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조곤조곤 말하다니!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이들의 생활에는 ‘아이=함부로 화 내면 안 되는 대상’이라는 전제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깔려 있었다. 이것은 미국인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문화가 성숙해서인가? 아니면 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특징인가? 조니가 주 양육자가 아닌 삼촌이라서 그런 거라는 이유는 이 영화에 적용되지 않는다. 엄마 비브가 제시를 대하는 태도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브는 남편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어서 가족의 삶 자체가 위태위태한 와중에도 아이 앞에서 어른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고함 지른 적은 없다. 상사에게 화를 낼 수는 있어도 상대를 위협하는 방식인 ‘소리 지르기’로 그 화를 표출한 적은 없다. 그런데 왜 애들한테는 내가 화 난다고 소리를 지를까? 애 낳았다고 타고난 성격이 갑자기 바뀔 일은 없으니, 화 내는 일이 별로 없던 내가 출산 후에 갑자기 다혈질이 된 건 아닐 테다. 그냥 내가 무의식적으로 ‘아이=열 받으면 소리 질러도 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컴온 컴온'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가는 흑백 영화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처음 소리를 꽥 질렀을 때, 아이가 얼음처럼 굳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죄책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래 놓고도 너댓 번 정도 더 소리를 질렀는데, 이 정도도 나에겐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소리 질렀을 때는 스스로가 정말 미친 사람 같아서 멈췄다. 아이는 내가 그러든 말든 더 크게 목 놓아 울어서 어차피 끄지 못할 불이었는데 고함까지 질렀다는 자책감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반면 ‘정말 이렇게 화를 삭이다가 내가 꼴까닥 넘어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비를 넘긴 날, 아이는 내가 예상도 못한 속내를 들려주기도 했다. 친정 엄마와 이모와 함께 외식을 하러 나간 날이었다. 딸은 그날 이상하게 입을 꾹 다물고 밥을 단 한 숟가락도 먹지 않았다. 회유와 설득과 설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우리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아이가 입을 뗐다. “엄마, 이모 할머니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해서 밥을 먹기 싫어.”

이제 세 돌 넘긴 아이라고 해도 엄연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왜 자꾸 잊어버릴까.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어색함을 극복한 아이는 그제서야 다 식은 요리를 몇 숟가락 먹고 말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내가 모르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한 날이었다.




삼촌의 등에 업혀 퍼레이드를 즐기는 제시.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조니와 비브는 제시를 진정으로 자신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했다. 누군가는 영화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냉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라도 이런 어른을 보고 따라할 수 있다면 근사한 일 아닌가. 얼마나 내 뼈를 더 깎으면 나도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오늘도 공룡 엄마에서 사람 엄마가 되기 위해 뼈를 깎아 본다. 서른아홉에 만난 아이들이 늦깎이 엄마를 이렇게 혹독하게 훈련시키는구나.

*칼럼니스트 최가을은 구 난임인, 현 남매 쌍둥이를 둔 워킹맘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휴대전화로 영화를 본다. 난임 고군분투기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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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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